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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지구의 기원에 대하여2024-04-16 17:04
작성자 Level 10

지구의 기원에 대하여 (이문원)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4-03-13
조회수 352

지구의 기원에 대하여

                                     글ㅣ이문원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과신대 자문위원


들어가며 

   인간은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등과 같은 의문을 갖고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인류는 고대부터 하늘의 태양, 달, 별, 그리고 우주와 삶터인 지구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설과 이론을 제시하고 많은 담론을 쌓으면서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지구돋이, ©NASA-Apollo8-Dec24-Earthrise


  1968년, 달 주위를 돌던 위성에서 검은 우주 공간에 홀로 떠있는 푸른 지구를 찍은 한 장의 사진은 인류에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였다. 그 후 우주 시작의 흔적을 찾으려고, 더 멀리 볼 수 있는 여러 망원경을 만들어 지구 밖으로 올려놓고,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많은 자료를 얻었다. 2020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으로 본 성운들과 초신성 폭발 광경을 담은 우주의 세계는 또 한 번의 충격이었다. 성운들의 충돌과 별들의 탄생, 초신성의 폭발로 별의 일생이 마쳐지는 장면 등의 여러 자료는 우주와 지구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과학자들은 137억 년 전 빅뱅이라는 대폭발로 우주의 시간과 공간이 시작되었고, 그 후 우주에서는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성운에서 별이 생성, 성장, 소멸되고, 그 과정에서 수소 등  80여 종 이상의 원소가 생성되었다고 설명한다. 우주 나이 약 70억 년이 되었을 때, 초신성의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로 인해 우리 은하의 팔의 일부가 한 성운으로 분리되었고, 그 성운에서 태양을 비롯해서 지구와 같은 여러 행성을 거느린 태양계가 형성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구는 우주의 나이 약 46억 년 전, 성운에서 원시 태양과 함께 가스와 먼지 물질로 이루어진 미행성체가 뭉쳐져서 태어났다. 태양계의 여러 행성 중 지구는 인류의 삶터이며, 유일하게 많은 물과 생명체를 갖고 있는 천체이다. 지구는 생성 후 많은 변천사를 겪으면서 초기의 모습을 잃고 오늘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근래에 지구 생태계는 기후온난화 등으로 빠른 변화를 겪고 있어 인류는 미래의 지구환경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에 우리의 삶터인 아름다운 지구가 언제, 어떤 물질로, 어떻게 태어났는지, 그리고 지구 환경을 결정짓는 물은 어떻게 시작되어 어떤 중요성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알아보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찍은 초신성 폭발 ©NASA
https://stsci-opo.org/STScI-01HGGZDYH8GHHSSNWZD71MF0XH.png

                                           

1. 성운에서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  

   약 137억 년 전, 우주가 대폭발로 시작된 순간은 인류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특이점이다. 빅뱅으로 시간과 공간이 생성된 후, 약 50억 년 전 초신성의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로, 우리 은하 팔의 일부가 작은 성운으로 분리되어 회전하면서 납작한 성운 원반이 형성되었다. 이 성운 중심부는 영하 약 270℃이고, 밀도가 1㎠에 수소가 10개 정도로 입자들은 천천히 움직이며 거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원반의 중심부에 성운 질량의 99.9%가 모여들어 원시 태양이 형성되었다.

  태양이 핵융합하면서 품어낸 뜨거운 열로 태양 주변의 가스와 먼지 덩어리는 서로 뭉쳐져서 많은 미행성체가 만들어졌다. 성운이 태양과 함께 회전할 때 미행성체들은 서로 충돌하고 뭉쳐져서, 태양에서 거리에 따라 석질 지구형 행성과 거대한 목성형 행성이 만들어지면서 여러 천체를 거느린 우리 태양계가 만들어졌다. 드디어 우주 공간에서 지구 행성이 태어났다. 

  원시 태양 주변에서 크기 수 km 되는 미행성체들은 서로 충돌하여, 나중에 우리 지구로 탄생할 행성 배아로 성장하였다. 직경이 수천 km인 행성 배아는 더 많은 미행성체들과 충돌하여  오늘 지구의 1/2 정도로 커졌을 때, 원시 지구는 미행성체가 갖고 있던 물, 이산화탄소 등이  대기를 만들었다. 대기의 온실효과로 표면 온도는 높아지고 내부는 1,000℃ 이상이 되어,  지구 전체가 액체 상태로 되는 때가 되었다.

  내부가 모두 녹은 지구는 대류가 일어나면서 원소들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광물들이 정출되기 시작한다. 철이나 니켈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은 중심으로 가라앉고, 알루미늄, 나트륨, 칼륨, 산소 등의 가벼운 원소들은 규산염 광물을 만들어 지구 표면으로 상승하였고, 지구 내부는 핵, 맨틀 등으로 구분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우리 지구는 성운에서 미행성들이 충돌하면서 행성 배아, 원시 지구 등의 단계를 거쳐 오늘의 지구 크기로 성장한 것이다. 온도가 수 백 도 정도 되는 미행성체가 뭉쳐져서 내부가 약 6,000℃인 오늘의 지구로 되는데 필요한 열원은 1)미행성체들이 충돌할 때 발생한 에너지, 2)알루미늄, 우라늄, 토륨, 칼륨 등의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붕괴할 때 내는 에너지, 그리고 3)거대한 철 덩어리가 행성 중심부로 가라앉을 때의 중력 에너지와 4)중심에서 액체 상태의 핵이 고체 상태의 핵으로 변할 때 발생하는 잠열 등을 생각할 수 있다.  


2. 지구의 기원을 밝힐 수 있는 증거가 지워진 지구

  지구의 연령은 약 46억 년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값은 지구의 암석을 측정하여 얻은 값은 아니다. 아직 지구에서 46억 년의 연령을 보이는 암석은 찾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많은 운석의 연대 값이 거의 모두 약 46억 년 범위로 측정된다. 과학자들은 태양 복사에너지의 가스 성분과 탄소질 콘드라이트의 구성 원소 양 비가 거의 일직선상에 놓이는 것을 근거로,  원시 태양과  운석의 물질이 성운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고, 지구와 태양의 나이를 모두 약 46억 년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은 대륙 중심부의 여러 순상지에 분포하며, 그중 캐나다 순상지를 이루는 변성암류에서 40억 년의 연대 값을 얻었다. 지질학자들은 지구 생성 후, 약 5억 년의 기간은 여전히 많은 운석이 충돌하고, 지구 내부는 열대류로 화산활동이 격렬하여, 지각이 안정되지 않았던 시기로, 검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지각과 원시 바다와 대기는 형성되었으나, 지각은 아직 불안정하여, 마치 지옥과 같은 분위기로 인식하고 명왕이언1)이라 부른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구의 기원에 대한 답을 성운에서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함께 있었던 물질인 운석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3. 수구(water planet)라 불리는 지구의 물은 어디서 왔나? 

   인류의 삶 터전인 지구는 2/3가 물로 덮여 있어, 수구(water planet)가 더 어울리는 명칭이다. 지구는 단지 지각의 표면만이 아니라, 맨틀에도 바닷물 이상의 많은 물이 광물의 결정수로 존재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지구의 물은 지구 표면을 바다와 육지로 나누고, 다양한 생명체가 살 수 있고, 3,000여 종의 광물과 화강암을 비롯해서 다양한 지층과 암석으로 이루어진 지구 행성만의 환경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지구 물의 기원을 논할 때, 물이 미행성체 등과 같은 초기 물질에서 기원되었다는 지구 내부설과, 지구가 탄생된 후, 혜성, 운석 등 외부에서 유입되었다는 지구외부설이 논의되어 왔다. 지구의 물을 공급한 물질로는 성운에서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함께 있었던 물질로 추정되는 운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운석은 성운에서 태양이 만들어질 때, 성운의 구름 먼지들이 작은 총알, 완두콩 크기로 뭉쳐진 콘드룰 (condrule, 그리스어로 낟알)의 유무에 따라, 콘드라이트(chondrite)와 에이콘드라이트(achondrite)로 구분되며, 콘드라이트가 85-86%이고, 에이콘드라이트가 8-9%이다.

   콘드라이트는 운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이며, 생성된 후 열 변성을 받지 않고 조직이 유지되어 원시성운에서 지구형 행성의 만들어질 때의 환경을 밝히는데 중요한 물질이 되고 있다. 콘드라이트 중, 특히 탄소질 콘드라이트는 휘발성 물질을 제외하면 화학조성이 태양의 대기 성분과 비슷하며, 유기화합물을 포함하여 지구 행성을 만든 중요한 물질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콘드룰이 없는 에이콘드라이트는 연령이 콘드라이트보다 젊고, 변형된 구조와 다양한 광물의 종류와 조직이 매우 다양하다. 운석은 성분에 따라 석질운석, 석-철질운석, 철질운석 등이 있고, 철질운석은 운석 중 5%정도이고 콘드룰이 있고, 지구의 핵 성분과 유사하다. 석질운석은 운석의 93% 정도이고, 비중이 3.4이며 지구의 맨틀과 지각 성분과 유사하다.


  근래에 행성 탐사 및 행성과학의 발달로 달, 화성 등에는 많은 물이 얼음, 액체 상태로 존재하며, 금성에도 많은 물이 있었던 대양의 흔적이 보고되고 있다. 한편, 지구 물의 기원을 밝히는 데 여러 운석 중 탄소질 콘드라이트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운석은 성분이 지구와 유사하나 수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추정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 이 운석 13종에서 지구 물의 3배 양을 만들 수 있는 수소가 있고, 수소와 중수소의 비율, 질소 동위원소 구성이 맨틀의 성분과 일치함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자료는 지구 물의 95%가 초기 지구를 만든 물질인 콘드라이트에서 공급되었고, 5% 정도는 지구 생성 후, 혜성, 운석 등에서 기원되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즉, 지구내부설이 지지를 받고 있다.    

  지구는 성운에서 운석과 같은 물질로 이루어진 미행성체의 덩어리가 모여 탄생한 후, 45억 년 동안 닫힌계로 태양 복사에너지, 달의 기조력 및 지구 내부에너지 등의 공급을 받으며, 생성될 때의 물질을 그대로 재활용하며 지구환경을 바꾸어 왔다. 긴 지구의 역사 동안 지구는 현무암으로 덮인 검은 지구, 지구에만 있는 화강암 대륙을 가진 회색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덮인 하얀 지구를 거치며, 지구의 연령이 40억 년이 지날 때쯤, 생물이 출현해  전 지구 표면에서 번성하면서, 오늘날의 푸른 지구로 큰 변화를 거쳐 왔다. 


결론

 지구는 탄생 후 운석 충돌, 갑작스러운 대량의 용암 분출 및 수륙 분포 변화 등 여러 사건들로 인해 생물의 역사는 잠시 중단되는 정체기가 있었으나 생명은 단절 없이 오늘의 지구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지구의 격변 기록은 우리 주변에 그대로 남아있으며, 인류는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구 환경을 잘 다루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인류는 지구 온난화로 지구 생태계가 급변하는 때에 접하여, 미래의 지구환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인류의 삶터인 지구환경을 올바로 알기 위해서는 지구가 어떤 물질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긴 지질시대 동안에 어떤 변천사를 겪으면서 오늘의 지구환경으로 바뀌어 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지구는 약 45억 년 전 형성되어 이런저런 격변기를 거쳐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그동안 수차례의 격변기를 거쳐왔지만 비교적 잘 보존되어 왔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지구는 급격한 환경 파괴와 재앙, 기후 위기라는 현실 앞에 서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실제적 위기에 대하여 인류 전체가 공동 대응하고 해결책을 고민하여야 한다. 아름다운 우리 지구를 후세대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말이다. 지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만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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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왕이언 또는 명왕누대(冥王累代, Hadean Eon) : 지구가 탄생한 46억 년 전부터 40억 년 전까지 지질학적 증거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시대.  '누대'(累代)란 '대'가 '누적'되었다는 의미로, 지질시대를 언급하는 용어 중에서 가장 큰 단위이며 이언(Eon)이라는 말로도 쓰인다.  (두산백과)